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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성의 회복: 무월경

현재 결혼 후 1년 내 자연적으로 임신할 확률은 30~40%에 그친다. 만혼, 서구식 식습관, 흡연, 음주, 스트레스 그리고 몇 가지 질환 때문이다. 20~30대 가임기 여성 중 당뇨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은 매년 3만 7천에서 4만 여명이다. 역시 같은 나이대의 여성 중 갑상선 질환의 문제도 2009년 현재 13만 6234명이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의 질환도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불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 전 관리를 하는 부부는 20~30%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임신 전 관리로 자연임신 성공률을 6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떤 여자가 임신을 잘 하는가? 당연히 월경이 고른 여자다. 어떤 이가 그랬다. "월경의 가장 놀라운 점은 주기성이야, 달이 ..
현재 결혼 후 1년 내 자연적으로 임신할 확률은 30~40%에 그친다. 만혼, 서구식 식습관, 흡연, 음주, 스트레스 그리고 몇 가지 질환 때문이다. 20~30대 가임기 여성 중 당뇨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은 매년 3만 7천에서 4만 여명이다. 역시 같은 나이대의 여성 중 갑상선 질환의 문제도 2009년 현재 13만 6234명이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의 질환도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불임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 전 관리를 하는 부부는 20~30%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임신 전 관리로 자연임신 성공률을 6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떤 여자가 임신을 잘 하는가? 당연히 월경이 고른 여자다.
어떤 이가 그랬다. "월경의 가장 놀라운 점은 주기성이야, 달이 차고 기우 듯 운명을 같이 하니 낭만적이기까지 하지." 그럴지도 모른다.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반복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축의 기능적 상호관계는 월경의 '주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주기'는 어떤 요소든지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완벽히 아름다운 규칙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월경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종인 인간으로서 '주기의 규칙성'과 '건강'을 연결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의학의 오래된 관찰은 '주기'에 주목해왔는지도 모른다. ‘주기가 늦어졌는지, 혹은 빨라졌는지, 출혈의 기간이 길어지진 않았는지 혹은 너무 짧아졌는지’ 허준은 이렇게 말했다. "여자에겐 필히 월경을 물어라.
여자의 월경을 고르게 하라. 이것은 임신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또한 월경의 양상은 여성 건강의 주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직도 여성이 왜 생리혈의 형태로 상당량의 피를 잃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인간은 영장류를 포함한 모든 동물 중에서 월경을 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들은 인간이 월경을 할 때쯤, 즉 주기의 마지막에는 증가된 자궁 내막이 몸으로 흡수된다.
의학은 월경의 이유에 대해 밝혀내진 못했지만, 월경의 평균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술한다. 평균은 정상과도 같다. 그 평균이란 정상 여성의 경우 월경 주기는 28±3일, 월경을 하는 날은 4±2일, 잃게 되는 피의 양은 35~80㎖을 말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월경의 주기나 월경 하는 일수, 월경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지나치게 적다면 그것은 우리 몸에 어떤 이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성의 몸을 다루는 의사들은 그런 문제를 같이 진심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동의보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임신하지 못하는 부인을 보면 반드시 월경 날짜가 앞당겨지거나 늦어진다. 또는 그 양이 많거나 적으며, 월경 전에 아프거나 월경 뒤에도 아프고, 월경 색이 짙은 자주색이거나 멀겋고 덩어리가 지면서 고르지 못하다. 이렇게 월경이 고르지 않으면 기혈이 조화되지 못하여 임신할 수 없다.” 따라서 임신을 원한다면 월경을 조화롭게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혈을 보양하는 약인 백자부귀환, 사물탕 등의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당시 허준은 월경이 고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여자들을 꼽기도 했다. 당대 최고의 의사였던 허준의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너무 살이 찐 여자, 너무 마른 여자, 너무 곱상하게 생긴 여자, 너무 못생긴 여자, 그리고 성격이 괴팍한 여자는 필시 월경이 고르지 못했다. 그러한 기준은 현대적으로 부합되는 면이 있기도 하고,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것도 있었다.
이를테면 비만이거나 혹은 극히 마른 여자들 같이 적정 체지방률을 갖고 있지 못하는 여자들이 생리불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지금도 유효하다. 만약 너무 못생겨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성격이 괴팍해서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 역시도 유효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곱상하게 생긴 여자는 당시의 문화적 배경에서 기인한 것으로, 짐작하기로는 곱상한 여자는 박복한 인생을 산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유야 어찌됐든 월경을 고르게 하는 것이 임신의 가장 큰 원칙은 지금이나 그때나 옳았다. 불임이란 피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성 관계를 12개월 하고도 임신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에서 5백 만 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불임을 연구한 결과 그 중 14%가 불임이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문제는 58%였다. 이는 남성의 문제(25%)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여성 불임의 가장 큰 원인은 압도적으로 무월경과 배란이상 등 주기의 문제다. 불임 여성은 두 명 중 한 명꼴로 무배란 혹은 무월경의 문제를 갖고 있다.
원래 생리를 하던 여성에게서 생리가 멈추었을 경우 무월경으로 정의하는 경우는 다음 두 가지다. 과거 평균적인 월경 주기의 3배 이상의 기간 동안 월경이 없거나 혹은 6개월 이상 월경이 없는 경우가 그렇다.
월경의 가장 놀라운 점은 아무래도 규칙성일 것이다.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자궁의 축이 적절하고 긴밀하게 상호작용을 한 최종 결과물이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인 월경주기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이들 중 어느 한 곳에라도 이상이 있으면 무월경이 발생할 수 있다.
유병률을 고려하자면 2차성 무월경의 가장 큰 원인은 시상하부의 문제(36%)다. 그 뒤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30%), 뇌하수체의 문제(15%), 난소의 문제(12%), 자궁 혹은 유출로의 이상(7%)이 있다.
단독 질환으로 30%나 차지하고 있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부인과 질환이기 앞서 내분비 질환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고안드로겐혈증 혹은 임상적 고안드로겐증상, 만성 무배란, 다낭 난소 중 2개 이상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질환이다. 그밖에도 유병률이 높은 내분비 질환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원형 탈모증 같은 다른 자가 면역 질환과 병발되기도 한다.
뇌하수체 기능장애(12%)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은 고프로락틴 혈증이다. 그밖에 뇌하수체 기능저하증(분만 후 출혈과 쇼크로 오기도 한다),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로 인한 기능손상 등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인 시상하부의 문제는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걱정거리들이다.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을 앓고 있다거나, 운동선수 같이 운동량이 과도하게 많거나, 급격히 다이어트를 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이들은 과정이야 어찌됐든 시상하부의 GnRH를 억제해서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자궁의 축을 처음부터 차단한다. 그 결과 무월경이 된다. 꼭 과거 월경주기의 3배 이상 월경을 하지 않거나 6개월 이상 월경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원래 한두 달은 건너고 지나갔어요."
시상하부성 무월경의 많은 경우는 우리의 습관과 관계가 많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 식습관 같은 생활양식 등은 모두 의식을 내지 않고도 이루어지는 몸에 길들여진 기억들이다. 월경의 규칙성이 여성 건강의 척도라고 할 때, 이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HPG axis)에 영향하는 다른 여타의 習的 요인들을 인정하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라면 과도한 육체적 활동이 그러한 習이 될 것이고, 다이어트를 일상으로 하는 여성이라면 지속적인 금식이 그러한 習이 될 것이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여성이라면 그 여성의 환경적 맥락이 그러한 習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높은 당지수의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경향 역시 習이 될 수 있다.
지난 2~30년간 이러한 맥락에서 축적된 고민들은 기능성 시상하부성 무월경(FHA, functional hypothalamic amenorrhea)이라 이름 한 새로운 분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해서, 習的 요인을 인지하게 하고 교정을 촉구하는 것이 의학적 개입의 의미 있는 한 축으로 생각된다. 현대 여성의 많은 수에서 겪고 있는 생리불순은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질환이다. 하여 치료자로서 이들의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기 위해서는 병인을 생활 속에서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교육하고, 삶에서 스트레스를 높이는 행동 양식들을 인지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도록 고취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치료가 모두 종결되더라도 자신의 習的 양식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도록 건전한 습관을 정착시킬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치료자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의지가 꼭 필요하며 단언컨대 이는 치료의 승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우선 이 책의 카테고리처럼 먹고, 찌고, 자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행위를 차근차근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단 한명의 스승으로부터 배운 단 하나의 가르침은 소박하지만 진지하다. "의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은 사실과 성실로, 그 둘로 환자를 대하면 기본적인 소임은 다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의 롤모델은 스승과 같은 Clinician-Scientist가 되는 것이다.
현재 저자가 숙원으로 삼고 있는 연구과제는 몸과 마음을 풀어내는 두 가지 툴, 알로스테시스(allostasis)와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다. 알로스테시스는 스트레스라 불리는 모든 종류의 자극에 대하여 인체 내 시스템이 긴밀히 협력한다는 개념이다. 스트레스가 만성화될 경우 인체는 몸이든 마음이든 소모(wear and tear)된다. 이는 일견 관련성 없어 보이는 증상과 징후의 조합된 패턴(證)을 통해 몸을 관찰하던 한의학적 사유와 맞닿아 있다.
시냅스 가소성은 비교적 짧은 기간의 사이에 가해진 자극이라도 신경세포간의 접합부인 시냅스에 장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자극이 제거된 후에도 그 변화는 지속되며 이는 결정적 시기를 헛되게 보낸 성인이라도 충분한 반복적 자극에 의해 학습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이 몸에 기능하는 방식은one-side일지 몰라도 마음이 마음에 작용하는 관점은 매력적이다. 이 역시 한의학적 사유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
저자는 이 둘을 통해 한의학에서 포착해낸 언어들을, 관찰들을 해석하고 반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무월경은 버릇떼기 프로젝트의 두번째 목표다. 습관이나 버릇을 달리 '변하지 않는 기억'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습적 요인들은 우리 몸과 마음에 유기적으로 형성된 삶의 궤적들이다. 한 개인이 겪고 있는 모든 증상과 징후들을 시스테믹한 관점에서 통합해본다면 첫 시원은 아마 개인 특유의 버릇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헌 버릇을 떼기란 새 버릇을 굳히기보다 더 힘든 일이다. 습관의 형성은 일종의 기술을 익히는 것과 비슷한 몸의 기억으로 신경학적으로는 피질-선조체-흑질-시상-피질의 루프를 통해 일어나는데, 습이 익숙해지고 술이 숙련될수록 이 루프의 피드백은 점점 가소성으로부터 둔감해지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인의 삶이라는 제한된 조건 하에서 현실 가능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는 한 개인의 삶을 디자인 하는 일이다. 생활습관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 방치하지 않고 보다 공적인 영역에서 다루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솔루션은 전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실천가능해야 한다. 이 책은 검사 상으로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일상성의 무월경 즉 시상하부성 기능성 무월경에 대하여 기존 생의학적인 패러다임을 넘어서 보다 다른 방식의 관계를 고민하기 위해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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